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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Inter-view, 2024-03-13

“사진작가 김기영”



기억과 추억
우리의 하루는 빠르게 흘러간다. 지나가는 순간을 기억하고, 추억하게 만드는 건 바로 ‘사진’이 아닐까. 사진을 보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고, 그 추억으로 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우리의 가장 젊은 날은 바로 오늘. 고민하지 말고 일단 ‘셔터’를 눌러보자. 인생샷이 아니어도, 잘 찍은 사진이 아니라도 어떤가. 그렇게 찍은 사진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 그 풍경 속의 나, 우리를 보고 웃게 될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는 분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찰나를 기록하는 스냅 작가 김기영입니다.
지금은 영상 작업부터 스냅 작가, 710moment 운영 등 다양하게 하고 있어요.

인터뷰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떠셨는지 궁금하네요.

왜 나일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왜 저에게 제안을 하신 걸까요? 어떻게 저를 찾게 되셨는지 되게 궁금했어요.
다른 브랜드도 많았을 텐데 말이에요.


혜화에 있는 소품샵을 구경하다가 710moment 제품을 판매하는 소품샵에 가게 됐는데, 그때 처음 알게 돼서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아~ 거기를 가셨어요? 그랬구나. 서로 궁금해서 만나게 된 거네요.


맞아요. 그러면 710moment는 어떤 의미인가요?

2가지 뜻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제 이름이에요.
71이 ‘기’, 0은 ‘영’입니다. 그래서 710moment는 기영이 담는 순간이라는 뜻이구요.
두 번째는 아침 7시의 햇빛, 밤 10시의 달빛 모든 빛을 애정하는 순간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어요.


오, 뜻이 너무 좋은데요.

아 좋은가요? 다행이네요. 혼자 운영하다 보니까 이게 맞을까, 저게 맞을까 항상 고민이에요. 그래도 내가 나를 믿어야지 누가 믿겠어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혹시 평소에 책을 자주 읽으시는 편인가요?

책을 좋아해요. 요즘엔 책을 많이 못 읽어서 그게 너무 아쉽거든요. 책을 읽을만한 여유가 조금 없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근데 저는 사진마다 표현을 해야 되고 그런 것들이 있다 보니 제 머릿속에 있는 표현해야 되는 말은 많은데 머리가 건조해지는 기분이에요.

저도 공감해요. 머릿속이 말라가는 느낌..

그래서 다시 책을 읽으려고요. 책이 좀 고픈 시기인 것 같아요. 최근에 집 주변에 괜찮은 도서관을 발견해서 이제 자주 가게 될 거 같아요.

상세페이지에 사진과 관련된 도 직접 쓰시는 거죠.

네, 그냥 사진만 보여주고 예쁘다 이거보다는 뭐랄까.. 제가 이 사진을 찍을 때 감정이 어땠고, 어떤 상황이었는지 적어보고 싶었어요. 작가로서 고객과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중요한 이야기네요. 저희도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전달하고 싶었어요. 실제로 제품을 구매해서 볼 때, 사진마다 모든 이야기가 기억이 나진 않아도 사진을 마주칠 때마다 감정과 느낌은 남아서 느껴지잖아요. 그 좋은 감정이 묻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적어봤습니다.


너무 좋은데요. ‘기억’은 안 나도 ‘감정’은 남아있다.

저도 일기를 끄적이듯 사진을 찍을 때 경험과 추억을 문서화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솔직히 살면서 그냥 찍고 넘기는 사진이 너무 많잖아요. 거기에 내 생각을 짧게라도 적어 놓으면 나한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원래 사진에 관심이 많으셨는지, 사진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부모님이 제 사진을 엄청 많이 찍어 주셨어요. 본가에 사진을 모아둔 가방이 있는데 그 안에 앨범이 몇 권씩 있거든요. 인화된 사진에서 나는 그 특유의 냄새가 추억 중 하나예요.

저도 집에 앨범이 쌓여있어서 그 기분 알아요.

그쵸. 가족끼리 낯간지러운 이야기 잘 못하잖아요. 가족뿐만 아니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런 얘기를 잘 못하는데 사진이 애정과 관심 표현의 한 방법이라고 느꼈어요. 섭섭하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멍하니 사진을 보다 보면 사진 속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조금 풀리더라구요. 그래서 사진이 좋습니다.



사진을 보면 그 인물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아버지께서 사진작가이셨던 덕분에 우리 집엔 앨범이 넘쳐났고,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항상 카메라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 그때는 사진 찍는 게 왜 그렇게 귀찮았을까. 나의 투정에도 불구하고 내 모습을 담아준 부모님의 사랑이 여전히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인화된 사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냄새.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장의 소중함을 오늘도 되새겨 본다.


그러면 지금까지 다양한 사진을 찍으셨을 텐데, 그중에서 원픽 사진이 있나요?

지금 베스트 제품이 ‘찹다 파도’라는 패브릭 포스터인데 제가 그걸 찍을 때 진짜 좋았거든요. 노을과 함께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에 아무도 없었어요. 심지어 카메라 배터리도 한 칸 밖에 안 남았었거든요.

진짜 극적인 순간이네요.

네, 그 순간을 담게 된 거예요.
그때 순간이 너무 좋아서 다 찍고 집에 가서 봤는데 정말 이쁘게 잘 나왔더라구요.

신기하네요. 저는 당연히 모든 세팅을 다 해놓고 기다리신 줄 알았어요.

아, 이 찰나를 담아야지. 각을 잡고 기다린 건 아니었어요. 심지어 그 날 처음 갔던 해변이었구요.

저도 가보고 싶네요. 어디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강원도에 연곡해변이라고 있어요. 거기가 일출 보기도 좋고, 해가 떠 있어도 너무 좋아요.
바다 자체가 크리스탈 색깔이라서 추천합니다.

사진 촬영부터 모든 걸 혼자 다 하시는데 어렵진 않으신가요?

정말 A부터 Z까지 하니까 너무 힘들어요.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하하. 그런데 재밌습니다. ‘무식이 용감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새로운 시장도 알게 되니 더 그런가 봐요. 여태까지 PD로 일을 하고, 마케팅도 해보고 프리랜서로 영상도 만들고 이런 일을 해왔는데 ‘내가 무언가 만들어서 팔아야지’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어요.

의외네요. 그럼 직접 찍은 사진으로 판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진만 찍고 스크롤 저 너머로 넘어가는 사진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게 너무 아쉬웠달까요? 그 순간을 같이 나눌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을 하게 된 거죠.

저는 특히 “베이글 스크런치”라는 제품명이 인상 깊었어요.

하하. 자부심을 좀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제품을 만들면 좋을까 고민하고, 직접 발품을 팔면서 찾다 보니 만들게 되었네요. 스크런치 제작하는 게 저한테 딱 맞아떨어졌어요.
제가 베이글을 좋아해요. 만들고 샘플을 딱 보니까 베이글 모양처럼 퐁신퐁신 한 거예요. 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이름을 짓고 싶었어요. 그냥 스크런치 하면은 사실 많잖아요. 지금은 제일 잘나가는 상품 라인이 됐어요.

이외에 앞으로 다른 상품도 만드실 계획이 있나요?

네, 만들고 싶은 상품들은 정말 많은데 상황이 안 따라줄 때는 서럽기도 하네요. 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해내야죠.
이번에도 잘 만들어보려고 발품 파는 중입니다.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지켜봐 주세요!

기대되네요. 그리고 파도가 치는 순간을 담은 사진도 좋았어요.

‘찹다 파도’, ‘카푸치노 파도’ 말씀하시는 거죠? 둘 다 같은 날 찍은 거예요. 파도도 다 같은 파도가 없고 사진마다 다 달라 보여요. 저도 작업물을 보고 만족했었어요. 그날 너무 좋았거든요.

파도가 출렁이는 느낌을 상세페이지에 영상으로도 보여주셨어요.

제가 의도한 바람은 아니었어요. 바람이 엄청나게 불던 날이었는데 행거에 걸어놓으니까 막 날리는 거예요. 차분하게 날리는 것도 찍고 싶었는데 가만히 있지를 않더라구요. 하하. 그래도 이게 또 다른 파도가 된 것 같았어요.


정말 바다에서 파도가 출렁이는 느낌이었어요.

크으 느끼셨군요. 이 제품은 꼭 바다에서 제품 촬영을 하고 싶어서 강원도로 달려갔어요.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서 모래도 많이 먹었지만 담고 싶던 그림이 나와서 뿌듯했습니다. 제품마다 어울리는 장소에서 촬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품 포장에도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특히 안내엽서나 택이 예쁘더라구요.

아니 MD님 귀신같이 알아차리시다니 너무 감동이에요. 안내엽서는 계절마다 바꿔주고 있어요. 그 계절에 찍은 사진들로 만들어서 넣어드리는데 고객분들 반응도 좋습니다. 택에서도 710moment만의 분위기가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연을 담은 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고 싶었어요. 예쁘다니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요즘은 카메라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은데, 작가님은 주로 어떤 걸로 사진을 찍으시나요?

저는 그때그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어디 놀러 간다 그러면 무조건 카메라를 들고 다니긴 해요. 오늘도 사실 들고나왔는데 항상 외출할 때마다 들고 다녀요. 그럴 때마다 만나는 것들은 카메라로 찍어요.

찍으신 사진을 보면 찰나의 순간을 잘 담으시는 것 같아요.

오 그런 말 엄청 자주 들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찰나를 담는 작가님 만의 꿀팁이 있나요?

되게 어렵네요. 저는 그냥 셔터를 누르는 걸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일 아쉽더라고요. 내 기억 속에만 있고 남아서 추억할 수 있는 게 없으면.. 지나간 순간은 다시 오지 않잖아요. 망설이지 말고 일단 찍어라.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괜히 잘 찍으려고 하다가 어려워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쵸. 일단 사진을 남겨놓으면 나중에 돌아보면서 “나 이랬구나.” “이런 풍경 속에 있었구나.” 사진 찍을 때 미처 몰랐던 걸 깨닫기도 해요. 빛도 항상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다양한 빛을 망설이지 마시고 그 순간을 즐기시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그런 것 같아요.

멋있는 말이네요. ‘망설이지 마라’

하하. 머쓱하네요.

두 눈으로 보는 것만큼 사진으로 남기는 게 중요하죠.

사실 사진을 시작한 명확한 계기는 없어요. 근데 제가 모으는 걸 좋아하거든요. 옛날에 김연아 선수를 좋아해서 신문 기사들을 스크랩하기도 하고, 영화 종이 포스터 아세요? 영화도 너무 좋아해서 영화표랑 그걸 다 모아놨었어요. 근데 물건은 어디서 어떻게든 수집할 수 있는데, 시간을 수집하는 방법은 카메라밖에 없잖아요.

명언이 또 나왔네요. ‘시간을 수집하는 방법은 카메라밖에 없다.'

하하. 그래서 지금은 그 찰나를 모으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도 좋아하는 것들을 모으고, 이제는 찰나를 모으는 취미가 생긴 거죠. 지금은 좋은 순간에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게 되고, 영상을 찍고.. 좋아하는 걸 쫓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이렇게 인터뷰도 하게 되고..

그럼 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을 다니는 편이신가요?

나 여기 가서 이거 찍어야지 한 건 잘 없었던 것 같고, 모든 게 다 그냥 가서 찍었는데 정말 좋았던 순간들이거든요. 사진을 찍으러 가야지가 목적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게 목적이 아니어서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해외여행 가신다면 가장 가고 싶은 나라는 어디인가요?

요즘 치앙마이가 그렇게 가고 싶네요. 한국은 각박하고 빠른 K-하루를 보내야 하잖아요. 거기서 여유를 느끼고 싶은 느낌이랄까..

저도 떠나고 싶네요.

세계 일주하면서 사진 찍는 게 제 인생 최종 꿈이에요. 스페인, 치앙마이, 캐나다를 제일 가고 싶어요. 가면 너무 좋아서 안 돌아오고 싶을 것 같아요.

그럼 다른 나라로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어떤 풍경을 담고 싶으신가요?

소소한 행복이 보이는 풍경을 담고 싶어요. 스위스 알프스라던가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같은 멋진 풍경도 물론 좋은데요, 맛있는 음식의 첫 입을 먹은 표정, 기다리던 사람을 만난 반가운 순간이라든지, 계속해도 안되던 파도타기를 성공한 서퍼의 모습이라던가.. 행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행복은 항상 당신 곁에 있다는 메시지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사진 말고 다른 취미가 있으신가요?

음악을 많이 들어요. 음악은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잖아요. 하하. 최근에 스냅 촬영을 시작하면서 모델이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최근까지는 중경삼림 ost를 계속 들었어요.

너무 좋은데요. 음악을 들으면 표현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질 수 있겠네요.

맞아요. 그래서 이번 스냅은 필름 카메라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어요. 중경삼림 ost 틀어놓고 계속 보정하고 하하. 촬영할 때, 상대의 매력이 가장 잘 느껴지는 면을 빠르게 캐치하고,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려고 해요. 그럼 점점 좋은 결과물들이 나오구요. 칭찬은 모델을 춤추게 합니다.
그리고 요가도 좋아하고 요리도 즐겨 해요.

저도 요가 좋아해요. 요리도 자주 하고.

어머 정말요? 특히 나를 위해서 요리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그게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사실 제가 요리하면서 유튜브도 시작했다가 지금은 안 하고 있는데 다시 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어떤 아이디어가 제일 재밌고 새로울까 고민하면서 콘텐츠를 기획해 보는 중입니다.

항상 고민을 많이 하시네요. 가만히 안주하지 않는 느낌.

그러니까요. 왜 그럴까요? 근데 재밌는 걸 자꾸 추구하는 것 같아요.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지루한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느낌

도파민이요?

하하 네. 도파민 중독자같이.. 자극이 필요해요.

정말 많은 일을 하셔서 저도 자극이 되네요.

제가 올해부터 스냅 작가도 시작했어요. 바쁠 텐데 내가 또 괜한 일을 저질렀나 싶지만.. 일마다 얻는 에너지가 다르잖아요. 저한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일인 것 같아서 이것 또한 잘 안고 가야죠.

저희 마지막으로 공식 질문을 드릴게요. 청춘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 사실 보자마자 청바지 이랬거든요. 청춘은 바로 지금! 나이에 불문하고 배우고 싶은 거 배우고, 내 몸과 마음을 가꾸는 거에 아낌이 없고, 그런 분들을 보면 저게 청춘이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나이가 아무리 어려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날 가꾸지 않고, 내 희로애락을 완벽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거든요. 꼭 젊어야지만 청춘일까요? 지금 당장 나에게 주어진 하루와 지금의 나를 소중히 한다면 청춘은 끝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나 역시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요즘은 여행지의 분위기를 담는 사진을 찍는 걸 가장 좋아하는데 이번 여행에는 필름카메라를 들고 가서 이것저것 찍어볼 예정이다. 특히 여행을 간다고 하면 “사진 많이 찍어와. 남는 건 사진밖에 없어”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나의 지금 순간을 남길 수 있다면 고민할 이유가 있을까? 사진 가득 담긴 앨범을 넘길 때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없이 촌스럽고 어색해 보이는 사진 속 나, 우리의 모습. 추억을 보관하는 방법으로 나는 사진을 추천해 본다.




Editor : 박수연





김기영

Inter-view, 2024-03-13

“사진작가 김기영”



기억과 추억
우리의 하루는 빠르게 흘러간다. 지나가는 순간을 기억하고, 추억하게 만드는 건 바로 ‘사진’이 아닐까. 사진을 보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고, 그 추억으로 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우리의 가장 젊은 날은 바로 오늘. 고민하지 말고 일단 ‘셔터’를 눌러보자. 인생샷이 아니어도, 잘 찍은 사진이 아니라도 어떤가. 그렇게 찍은 사진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 그 풍경 속의 나, 우리를 보고 웃게 될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는 분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찰나를 기록하는 스냅 작가 김기영입니다.
지금은 영상 작업부터 스냅 작가, 710moment 운영 등 다양하게 하고 있어요.

인터뷰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떠셨는지 궁금하네요.

왜 나일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왜 저에게 제안을 하신 걸까요? 어떻게 저를 찾게 되셨는지 되게 궁금했어요.
다른 브랜드도 많았을 텐데 말이에요.


혜화에 있는 소품샵을 구경하다가 710moment 제품을 판매하는 소품샵에 가게 됐는데, 그때 처음 알게 돼서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아~ 거기를 가셨어요? 그랬구나. 서로 궁금해서 만나게 된 거네요.


맞아요. 그러면 710moment는 어떤 의미인가요?

2가지 뜻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제 이름이에요.
71이 ‘기’, 0은 ‘영’입니다. 그래서 710moment는 기영이 담는 순간이라는 뜻이구요.
두 번째는 아침 7시의 햇빛, 밤 10시의 달빛 모든 빛을 애정하는 순간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어요.


오, 뜻이 너무 좋은데요.

아 좋은가요? 다행이네요. 혼자 운영하다 보니까 이게 맞을까, 저게 맞을까 항상 고민이에요. 그래도 내가 나를 믿어야지 누가 믿겠어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혹시 평소에 책을 자주 읽으시는 편인가요?

책을 좋아해요. 요즘엔 책을 많이 못 읽어서 그게 너무 아쉽거든요. 책을 읽을만한 여유가 조금 없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근데 저는 사진마다 표현을 해야 되고 그런 것들이 있다 보니 제 머릿속에 있는 표현해야 되는 말은 많은데 머리가 건조해지는 기분이에요.

저도 공감해요. 머릿속이 말라가는 느낌..

그래서 다시 책을 읽으려고요. 책이 좀 고픈 시기인 것 같아요. 최근에 집 주변에 괜찮은 도서관을 발견해서 이제 자주 가게 될 거 같아요.

상세페이지에 사진과 관련된 도 직접 쓰시는 거죠.

네, 그냥 사진만 보여주고 예쁘다 이거보다는 뭐랄까.. 제가 이 사진을 찍을 때 감정이 어땠고, 어떤 상황이었는지 적어보고 싶었어요. 작가로서 고객과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중요한 이야기네요. 저희도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전달하고 싶었어요. 실제로 제품을 구매해서 볼 때, 사진마다 모든 이야기가 기억이 나진 않아도 사진을 마주칠 때마다 감정과 느낌은 남아서 느껴지잖아요. 그 좋은 감정이 묻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적어봤습니다.


너무 좋은데요. ‘기억’은 안 나도 ‘감정’은 남아있다.

저도 일기를 끄적이듯 사진을 찍을 때 경험과 추억을 문서화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솔직히 살면서 그냥 찍고 넘기는 사진이 너무 많잖아요. 거기에 내 생각을 짧게라도 적어 놓으면 나한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원래 사진에 관심이 많으셨는지, 사진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부모님이 제 사진을 엄청 많이 찍어 주셨어요. 본가에 사진을 모아둔 가방이 있는데 그 안에 앨범이 몇 권씩 있거든요. 인화된 사진에서 나는 그 특유의 냄새가 추억 중 하나예요.

저도 집에 앨범이 쌓여있어서 그 기분 알아요.

그쵸. 가족끼리 낯간지러운 이야기 잘 못하잖아요. 가족뿐만 아니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런 얘기를 잘 못하는데 사진이 애정과 관심 표현의 한 방법이라고 느꼈어요. 섭섭하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멍하니 사진을 보다 보면 사진 속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조금 풀리더라구요. 그래서 사진이 좋습니다.



사진을 보면 그 인물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아버지께서 사진작가이셨던 덕분에 우리 집엔 앨범이 넘쳐났고,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항상 카메라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 그때는 사진 찍는 게 왜 그렇게 귀찮았을까. 나의 투정에도 불구하고 내 모습을 담아준 부모님의 사랑이 여전히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인화된 사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냄새.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장의 소중함을 오늘도 되새겨 본다.


그러면 지금까지 다양한 사진을 찍으셨을 텐데, 그중에서 원픽 사진이 있나요?

지금 베스트 제품이 ‘찹다 파도’라는 패브릭 포스터인데 제가 그걸 찍을 때 진짜 좋았거든요. 노을과 함께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에 아무도 없었어요. 심지어 카메라 배터리도 한 칸 밖에 안 남았었거든요.

진짜 극적인 순간이네요.

네, 그 순간을 담게 된 거예요.
그때 순간이 너무 좋아서 다 찍고 집에 가서 봤는데 정말 이쁘게 잘 나왔더라구요.

신기하네요. 저는 당연히 모든 세팅을 다 해놓고 기다리신 줄 알았어요.

아, 이 찰나를 담아야지. 각을 잡고 기다린 건 아니었어요. 심지어 그 날 처음 갔던 해변이었구요.

저도 가보고 싶네요. 어디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강원도에 연곡해변이라고 있어요. 거기가 일출 보기도 좋고, 해가 떠 있어도 너무 좋아요.
바다 자체가 크리스탈 색깔이라서 추천합니다.

사진 촬영부터 모든 걸 혼자 다 하시는데 어렵진 않으신가요?

정말 A부터 Z까지 하니까 너무 힘들어요.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하하. 그런데 재밌습니다. ‘무식이 용감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새로운 시장도 알게 되니 더 그런가 봐요. 여태까지 PD로 일을 하고, 마케팅도 해보고 프리랜서로 영상도 만들고 이런 일을 해왔는데 ‘내가 무언가 만들어서 팔아야지’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어요.

의외네요. 그럼 직접 찍은 사진으로 판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진만 찍고 스크롤 저 너머로 넘어가는 사진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게 너무 아쉬웠달까요? 그 순간을 같이 나눌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을 하게 된 거죠.

저는 특히 “베이글 스크런치”라는 제품명이 인상 깊었어요.

하하. 자부심을 좀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제품을 만들면 좋을까 고민하고, 직접 발품을 팔면서 찾다 보니 만들게 되었네요. 스크런치 제작하는 게 저한테 딱 맞아떨어졌어요.
제가 베이글을 좋아해요. 만들고 샘플을 딱 보니까 베이글 모양처럼 퐁신퐁신 한 거예요. 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이름을 짓고 싶었어요. 그냥 스크런치 하면은 사실 많잖아요. 지금은 제일 잘나가는 상품 라인이 됐어요.

이외에 앞으로 다른 상품도 만드실 계획이 있나요?

네, 만들고 싶은 상품들은 정말 많은데 상황이 안 따라줄 때는 서럽기도 하네요. 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해내야죠.
이번에도 잘 만들어보려고 발품 파는 중입니다.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지켜봐 주세요!

기대되네요. 그리고 파도가 치는 순간을 담은 사진도 좋았어요.

‘찹다 파도’, ‘카푸치노 파도’ 말씀하시는 거죠? 둘 다 같은 날 찍은 거예요. 파도도 다 같은 파도가 없고 사진마다 다 달라 보여요. 저도 작업물을 보고 만족했었어요. 그날 너무 좋았거든요.

파도가 출렁이는 느낌을 상세페이지에 영상으로도 보여주셨어요.

제가 의도한 바람은 아니었어요. 바람이 엄청나게 불던 날이었는데 행거에 걸어놓으니까 막 날리는 거예요. 차분하게 날리는 것도 찍고 싶었는데 가만히 있지를 않더라구요. 하하. 그래도 이게 또 다른 파도가 된 것 같았어요.


정말 바다에서 파도가 출렁이는 느낌이었어요.

크으 느끼셨군요. 이 제품은 꼭 바다에서 제품 촬영을 하고 싶어서 강원도로 달려갔어요.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서 모래도 많이 먹었지만 담고 싶던 그림이 나와서 뿌듯했습니다. 제품마다 어울리는 장소에서 촬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품 포장에도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특히 안내엽서나 택이 예쁘더라구요.

아니 MD님 귀신같이 알아차리시다니 너무 감동이에요. 안내엽서는 계절마다 바꿔주고 있어요. 그 계절에 찍은 사진들로 만들어서 넣어드리는데 고객분들 반응도 좋습니다. 택에서도 710moment만의 분위기가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연을 담은 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고 싶었어요. 예쁘다니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요즘은 카메라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은데, 작가님은 주로 어떤 걸로 사진을 찍으시나요?

저는 그때그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어디 놀러 간다 그러면 무조건 카메라를 들고 다니긴 해요. 오늘도 사실 들고나왔는데 항상 외출할 때마다 들고 다녀요. 그럴 때마다 만나는 것들은 카메라로 찍어요.

찍으신 사진을 보면 찰나의 순간을 잘 담으시는 것 같아요.

오 그런 말 엄청 자주 들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찰나를 담는 작가님 만의 꿀팁이 있나요?

되게 어렵네요. 저는 그냥 셔터를 누르는 걸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일 아쉽더라고요. 내 기억 속에만 있고 남아서 추억할 수 있는 게 없으면.. 지나간 순간은 다시 오지 않잖아요. 망설이지 말고 일단 찍어라.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괜히 잘 찍으려고 하다가 어려워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쵸. 일단 사진을 남겨놓으면 나중에 돌아보면서 “나 이랬구나.” “이런 풍경 속에 있었구나.” 사진 찍을 때 미처 몰랐던 걸 깨닫기도 해요. 빛도 항상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다양한 빛을 망설이지 마시고 그 순간을 즐기시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그런 것 같아요.

멋있는 말이네요. ‘망설이지 마라’

하하. 머쓱하네요.

두 눈으로 보는 것만큼 사진으로 남기는 게 중요하죠.

사실 사진을 시작한 명확한 계기는 없어요. 근데 제가 모으는 걸 좋아하거든요. 옛날에 김연아 선수를 좋아해서 신문 기사들을 스크랩하기도 하고, 영화 종이 포스터 아세요? 영화도 너무 좋아해서 영화표랑 그걸 다 모아놨었어요. 근데 물건은 어디서 어떻게든 수집할 수 있는데, 시간을 수집하는 방법은 카메라밖에 없잖아요.

명언이 또 나왔네요. ‘시간을 수집하는 방법은 카메라밖에 없다.'

하하. 그래서 지금은 그 찰나를 모으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도 좋아하는 것들을 모으고, 이제는 찰나를 모으는 취미가 생긴 거죠. 지금은 좋은 순간에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게 되고, 영상을 찍고.. 좋아하는 걸 쫓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이렇게 인터뷰도 하게 되고..

그럼 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을 다니는 편이신가요?

나 여기 가서 이거 찍어야지 한 건 잘 없었던 것 같고, 모든 게 다 그냥 가서 찍었는데 정말 좋았던 순간들이거든요. 사진을 찍으러 가야지가 목적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게 목적이 아니어서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해외여행 가신다면 가장 가고 싶은 나라는 어디인가요?

요즘 치앙마이가 그렇게 가고 싶네요. 한국은 각박하고 빠른 K-하루를 보내야 하잖아요. 거기서 여유를 느끼고 싶은 느낌이랄까..

저도 떠나고 싶네요.

세계 일주하면서 사진 찍는 게 제 인생 최종 꿈이에요. 스페인, 치앙마이, 캐나다를 제일 가고 싶어요. 가면 너무 좋아서 안 돌아오고 싶을 것 같아요.

그럼 다른 나라로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어떤 풍경을 담고 싶으신가요?

소소한 행복이 보이는 풍경을 담고 싶어요. 스위스 알프스라던가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같은 멋진 풍경도 물론 좋은데요, 맛있는 음식의 첫 입을 먹은 표정, 기다리던 사람을 만난 반가운 순간이라든지, 계속해도 안되던 파도타기를 성공한 서퍼의 모습이라던가.. 행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행복은 항상 당신 곁에 있다는 메시지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사진 말고 다른 취미가 있으신가요?

음악을 많이 들어요. 음악은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잖아요. 하하. 최근에 스냅 촬영을 시작하면서 모델이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최근까지는 중경삼림 ost를 계속 들었어요.

너무 좋은데요. 음악을 들으면 표현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질 수 있겠네요.

맞아요. 그래서 이번 스냅은 필름 카메라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어요. 중경삼림 ost 틀어놓고 계속 보정하고 하하. 촬영할 때, 상대의 매력이 가장 잘 느껴지는 면을 빠르게 캐치하고,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려고 해요. 그럼 점점 좋은 결과물들이 나오구요. 칭찬은 모델을 춤추게 합니다.
그리고 요가도 좋아하고 요리도 즐겨 해요.

저도 요가 좋아해요. 요리도 자주 하고.

어머 정말요? 특히 나를 위해서 요리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그게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사실 제가 요리하면서 유튜브도 시작했다가 지금은 안 하고 있는데 다시 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어떤 아이디어가 제일 재밌고 새로울까 고민하면서 콘텐츠를 기획해 보는 중입니다.

항상 고민을 많이 하시네요. 가만히 안주하지 않는 느낌.

그러니까요. 왜 그럴까요? 근데 재밌는 걸 자꾸 추구하는 것 같아요.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지루한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느낌

도파민이요?

하하 네. 도파민 중독자같이.. 자극이 필요해요.

정말 많은 일을 하셔서 저도 자극이 되네요.

제가 올해부터 스냅 작가도 시작했어요. 바쁠 텐데 내가 또 괜한 일을 저질렀나 싶지만.. 일마다 얻는 에너지가 다르잖아요. 저한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일인 것 같아서 이것 또한 잘 안고 가야죠.

저희 마지막으로 공식 질문을 드릴게요. 청춘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 사실 보자마자 청바지 이랬거든요. 청춘은 바로 지금! 나이에 불문하고 배우고 싶은 거 배우고, 내 몸과 마음을 가꾸는 거에 아낌이 없고, 그런 분들을 보면 저게 청춘이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나이가 아무리 어려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날 가꾸지 않고, 내 희로애락을 완벽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거든요. 꼭 젊어야지만 청춘일까요? 지금 당장 나에게 주어진 하루와 지금의 나를 소중히 한다면 청춘은 끝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나 역시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요즘은 여행지의 분위기를 담는 사진을 찍는 걸 가장 좋아하는데 이번 여행에는 필름카메라를 들고 가서 이것저것 찍어볼 예정이다. 특히 여행을 간다고 하면 “사진 많이 찍어와. 남는 건 사진밖에 없어”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나의 지금 순간을 남길 수 있다면 고민할 이유가 있을까? 사진 가득 담긴 앨범을 넘길 때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없이 촌스럽고 어색해 보이는 사진 속 나, 우리의 모습. 추억을 보관하는 방법으로 나는 사진을 추천해 본다.




Editor : 박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