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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이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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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작가 이해찬
  • 하루에도 수십 개의 연극이 공연되는 이곳 대학로에서 진득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공연하는 사람, 이해찬. 이번 인터뷰에서는 배우, 극작가, 연출가라는 그의 다양한 직업 중 극작가를 특히나 조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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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 개의 연극이 공연되는 이곳 대학로에서 진득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공연하는 사람, 이해찬. 이번 인터뷰에서는 배우, 극작가, 연출가라는 그의 다양한 직업 중 극작가를 특히나 조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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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Inter-view, 2023-08-10

프로필사진

"극작가 이해찬"

무엇이든 함께 만들어 가는 걸 좋아하던 사람은 연극배우가 되었고, 공상하는 걸 좋아하던 사람은 극작가와 연출가가 되었다. 마치 운명의 붉은 실에 연결된 것처럼 그렇게 연극에 빠져버린 한 사람의 이야기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연극이 공연되는 이곳 대학로에서 진득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공연하는 사람, 이해찬. 이번 인터뷰에서는 배우, 극작가, 연출가라는 그의 다양한 직업 중 극작가를 특히나 조명해 본다.

입구

작가님이 쓰신 연극 재밌게 잘 봤습니다. 먼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소개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웃음) 저는 주로 대학로에서 배우도 하고, 연출도 하고, 극작도 하는 이해찬입니다.

이곳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장소일까요?

원래 집이나 집 근처에서 작업을 하는데, 대학로에서 작업해야 하면 여길 왔었어요. 적당히 작업하기도 좋고 디저트도 제가 좋아하는 게 많아서 자주 왔어요.

여기서 작업은 어떤 걸 하시는 건가요?

대부분 대본을 보거나 아니면 연기적인 고민을 해요.

연극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연극을 꿈꾸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부터 연극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제가 20대 후반에 시작했거든요. 배우로는 엄청 늦게 시작한 편인데 그때는 그냥 연기라는 게 하고 싶어서 성인 연기 학원을 찾아서 다녔어요. 그러다가 학원에서 조그맣게 연극을 올렸는데 하필 그때 그 맛을 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네요.

어떤 맛이 좋았던 건가요?

제가 어릴 때부터 같이 뭔가를 만들어 가는 걸 엄청 좋아했어요. 그래서 중학교 때는 밴드부, 고등학교 때는 댄스부도 했었어요. 그 이유로 연기를 시작한 건 아니지만, 연기를 시작하고 나니 제가 좋아하는 부분들이 연극에 엄청 많이 있더라고요.

입구

되게 다양하게 하셨네요. 마찬가지로 원래 연극배우를 하다가 영역을 넓히신 거잖아요, 극작가로. 연출도 하셨고.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 혼자 공상하는 걸 좋아해요. 제가 원래 전공이 작곡이었는데 그때도 작사하는 걸 엄청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좀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된 것 같아요. 좀 더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제가 첫 연극을 쓸 때가 우리 극단이 조금 자리를 잡고 난 뒤였어요. 그래서 ‘아, 글을 써봐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그때 처음으로 쓰게 됐습니다.

연기 할 때 캐릭터 분석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작가님은 작가로도,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저도 그럴 줄 알았어요. 하하 제가 요즘에 연극을 스포츠에 비유하는 걸 즐겨 하는데 비유를 해보자면 프로 스포츠에 감독이 플레이어로 뛰는 경우가 없잖아요. 감독으로서 해줘야 할 일이 있고, 배우로서 해줘야 할 일이 분명 있는데 그 중 어느 하나도 온전히 못 해내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도 있겠지만.. 그래서 저한테는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커피사진

작년 계절별로 작업하셨던 4개의 극대본을 보여주셨다.

아.. 생각지 못한 답이네요. 그러면 지금까지 작가님이 쓴 극으론 어떤 게 있을까요?

작년에 계절별 프로젝트라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작품을 썼어요. 봄에 한 작품이 <다시, 봄>이라는 극이고요. 부산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여름 작품이 <미래에 사는 남자 과거에 사는 여자>. 현재의 내가 행복하지 않아도 미래를 위해 사는 남자와 과거의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여자가 만나서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예요. 가을 작품은 <약국 식후 30분>이라고 저희가 제일 많이 올린 작품이에요. 산동네 조그만 약국을 중심으로 동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마지막 겨울 작품이 <WOULD YOU BE MY?>. 이 극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조각조각 진행되는데 결국 다 한 동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였던.. 홍연이라고 운명을 보면 붉은 실이 보인다는 그 이야기를 ‘실제 세상이 그렇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썼어요.

‘맑은보리차’라는 이름으로 와이프분과 함께 집필하신다고 들었어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어.. 처음에는 같이 안 했어요. 서로 90% 쓰면 10% 도와주는 식이었는데 작년에 <다시, 봄> 작업할 때 시간이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된 거 아싸리 처음부터 같이 써보자, 해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죽이 잘 맞더라고요. 서로의 단점을 서로가 잘 보완해 줘서 괜찮다, 어차피 앞으로도 늘 도와줄 텐데 같이 하자 해서 저작권 등록도 다 같이 해버렸어요.

무대

연극은 드라마나 영화랑은 또 다른데 연극을 쓸 때 이 둘과 차이점이나,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아, 이게 제가 얼마 전에 엄청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일단 <미래에 사는 남자 과거에 사는 여자> 처음 썼을 때 초고를 주변에 보여줬는데 너무 좋다, 만약 드라마면 나 무조건 정주행할 거야. 근데 연극은 모르겠어. 이러더라고요. (웃음) 왜냐하면 장소가 일단 너무 많아요. 이거를 특히나 소극장에서 플레이하기엔 무리인 부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 부분들을 수정하는데 좀 힘들었어요.

그리고 또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포커싱이 잘 안 돼요. 무대는 늘 열려 있으니까 사람들이 보고 싶은 곳을 본단 말이에요. 연출적으로 지금 이 사람의 손을 봐줬으면 할 때 사실 카메라는 그걸 잡으면 되는데, 연극은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시선이 갈 수 있도록 배우가 이렇게 움직여 주는 걸로 약속을 해요.

연극이 되게 다각적으로 연출해야 하는 부분이 많네요. 카메라는 직접적인데.

맞아요. 그래서 부러울 때가 많아요.(웃음)




이해찬 작가에게 질문을 던지면 많은 고민이 묻어있는 답이 돌아왔다. 그 답에서 연극을 향한 그의 맑은 열정이 보였다. 캐릭터 분석이 막힐 때, 현실과 타협해 대본을 수정해야 할 때, 포커싱 연출이 필요할 때. 그럴 때마다 이해찬 작가는 거듭 고민해서 알맞은 답을 만들어 내며 지금까지 오지 않았을까? 덧붙여 그 맑은 열정은 대본에 웃긴 포인트를 녹일 때도 들어간 듯했다.


···
책장사진

제가 본 연극 <다시, 봄>에서 장희수 역을 하시는데 아재 개그를 많이 치는 캐릭터이더라고요. 그런데 작가님은 이 극을 쓰기도 했으니까 혹시 아재 개그 취향인가…? 궁금했어요. (웃음)

어느 정도는 맞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거든요. 하하 이게 저도 좀 장난식으로 스트레스받는 게 뭐냐면, 연습 진행할 때도 저랑 와이프랑 같이 쓴 걸 아니까 배우들이 ‘이거 형이 썼죠?’ 이래요. 하하하. 근데 좀 억울한 게 와이프가 이거 쓸 때 얘는 아재 개그 하는 캐릭터였음 좋겠다고 해서 ‘그럼 뭐 하지? 부산행 열차니까 부산행 위험행?’이라고 하니까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거예요. (웃음) 그래놓고 그거 쓰고. 해달라고 해서 했는데 왜 나한테 뭐라고 그래?

그럼 결국 쓰셨다는 얘기죠? 하하하 ‘형이 썼죠?’ 하는 그게.

네 어느 정도 맞죠. 와이프 바이브가 아니라 제 바이브에서 나오는 개그는 맞으니까. 진짜 웃긴 게 관객에 따라서 아재 개그 할 때 웃는 분들이 있어요. 그럼 내심 뿌듯. (웃음)

(웃음)정말 관객 리액션도 극의 중요한 요소인 거 같아요. 지금은 이 <다시, 봄>이란 극이 막을 내렸는데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극이 있을까요?

<미래에 사는 남자 과거에 사는 여자>를 짧게 할 수도 있는데.. 이 바닥이 말만 하고 없어지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확정적으로 결정된 건 없고요. 욕심으로는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 올리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아 새로 쓰고 있는 극이 있나요?

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히어로물을 쓰고 있어요. 근데 진짜 멋있는 게 아니라 좀 짠내 나는 그런 얘기를 하나 쓰고 있어요. ‘진짜 잘했어.’라고 누가 칭찬하면 바로 기분 좋아하는 (웃음) 약간 바보 같은데 귀엽게 볼 수 있는?

벌써 약간 그려지는 게 재밌을 것 같아요. (웃음) 그래도 극과 극 사이에 텀이 있는데 이때 시간은 어떻게 쓰나요?

작년에 특히나 그랬고 올해도 작업할 때 시간이 너무너무 없었거든요. 원래 제가 취미가 많은데 다 못했어요. 운동, 헬스, 클라이밍, 서핑.. 그런 거 엄청 좋아하는데 이제 조금씩 하고 있어요.

움직이는 걸 좋아하시네요. 연극은 보러 안 가세요? 연극 관련 일을 하셔서 다양한 연극을 보셨을 거 같거든요. 그중에 가장 만족했던 연극이 뭔지 궁금해요.

작가로서 놀라면서 봤던 건 님의 블랙 코미디를 잘하시잖아요. 그런 걸 하나도 불편하지 않고 세련되게 풀어내는 거에 너무 놀랐어요. 와이프랑 같이 봤는데 끝나고 한 3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와 이걸 어떻게 이렇게 쓰냐고...

또 하나는 이라는 극단에 <AC 4년>이라는 공연이 있어요. 애프터 코로나 4년. 그걸 보면서 연출이 진짜 천재구나... 글로 표현하는 것도 물론 있지만 연출로 해결하는 것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그냥 내가 얘기한 것과 춤추면서 얘기한 것과 느낌이 다르잖아요. 약간 그런 것들이 혼합되어 있는데 연출적으로 진짜 배울 게 많구나! 라고 느꼈던..

중간사진

혹시 본인의 인생이 연극 같다고 느꼈던 적도 있을까요?

아… 지금 생각나는 건 인생에서 제일 큰 터닝 포인트 같았던.. 제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때까지 컴퓨터 과외를 받았어요. 그 과외 해 주시는 분이랑 정말 정말 가까워졌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군대 휴가 나와서 그분을 만나고, 저희 부모님 사업장에 컴퓨터가 필요했을 때 그분이 도와주시기도 했어요.

근데 그분한테 사기를 당했어요. 제가 막 전역하고 나서 음악 하고 있을 때인데 그분이 요식업 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진짜 지방에 가서 음식도 먹으러 다녔거든요. 근데 이제 뭐라고 하셨냐면, ‘네가 진짜 치열하려면 가진 게 없어야 돼.’라고 하면서 야금야금 가져간 거죠.

어? 이 사람 이상하다,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땐 이미 그분이 돈은 너한테 다 투자해서 없다고.. 결국엔 천만 원 내고 인생 수업한 거라고 넘어간 적이 있는데 그분이 마지막까지도 그랬어요. 문자로 ‘해찬아, 난 너의 미래를 응원해.’

네? 아니 무슨.. 그런 사람이 다 있어요.

그러니까요. 그 후로 이제 인간이 아름다운 존재만은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인생이 진짜 연극이라고 한다면 작가님은 지금 막이 올랐다고 생각하나요?

인생은 장막극이라고 생각해요. 막이 여러 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번 공연이 끝나면서 또 조그만 막 하나가 내려가지 않았나… 이제 또 다른 막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청춘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푸를 청’에 ‘봄 춘’을 쓰잖아요. 나의 계절이 푸르다고 생각하면 그게 청춘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지만 어느 국가엔 여름만 있는 곳도 있고 겨울만 있는 곳도 있잖아요. 세상 어딘가에는 봄만 있는 곳도 있지 않을까 하고 이렇게 대답해야지~ 생각하고 하하하 혹시 한자가 틀렸으면 어떡하지? 싶어서 검색을 해봤어요. 근데 ‘봄 춘’도 맞는데 ‘움직일 준’이라고도 쓰이더라고요. 처음 알았거든요. 그걸 보자마자 그냥 움직이는 게 청춘 아닐까?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면 청춘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말이 있다. 힘을 북돋아 주는 말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 자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내 삶의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해찬 작가는 주인공으로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인생이 연극이라면 그 인생이 단막극일지 장막극일지 결정하는 건 온전히 주인공의 몫. 이해찬 작가의 조그마한 막 하나가 내려간 지금, 다시 열릴 그의 다음 막을 기대한다.



Editor : 김수미





이해찬

Inter-view, 2023-08-10

프로필사진

"극작가 이해찬"

무엇이든 함께 만들어 가는 걸 좋아하던 사람은 연극배우가 되었고, 공상하는 걸 좋아하던 사람은 극작가와 연출가가 되었다. 마치 운명의 붉은 실에 연결된 것처럼 그렇게 연극에 빠져버린 한 사람의 이야기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연극이 공연되는 이곳 대학로에서 진득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공연하는 사람, 이해찬. 이번 인터뷰에서는 배우, 극작가, 연출가라는 그의 다양한 직업 중 극작가를 특히나 조명해 본다.

입구

작가님이 쓰신 연극 재밌게 잘 봤습니다. 먼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소개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웃음) 저는 주로 대학로에서 배우도 하고, 연출도 하고, 극작도 하는 이해찬입니다.

이곳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장소일까요?

원래 집이나 집 근처에서 작업을 하는데, 대학로에서 작업해야 하면 여길 왔었어요. 적당히 작업하기도 좋고 디저트도 제가 좋아하는 게 많아서 자주 왔어요.

여기서 작업은 어떤 걸 하시는 건가요?

대부분 대본을 보거나 아니면 연기적인 고민을 해요.

연극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연극을 꿈꾸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부터 연극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제가 20대 후반에 시작했거든요. 배우로는 엄청 늦게 시작한 편인데 그때는 그냥 연기라는 게 하고 싶어서 성인 연기 학원을 찾아서 다녔어요. 그러다가 학원에서 조그맣게 연극을 올렸는데 하필 그때 그 맛을 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네요.

어떤 맛이 좋았던 건가요?

제가 어릴 때부터 같이 뭔가를 만들어 가는 걸 엄청 좋아했어요. 그래서 중학교 때는 밴드부, 고등학교 때는 댄스부도 했었어요. 그 이유로 연기를 시작한 건 아니지만, 연기를 시작하고 나니 제가 좋아하는 부분들이 연극에 엄청 많이 있더라고요.

입구

되게 다양하게 하셨네요. 마찬가지로 원래 연극배우를 하다가 영역을 넓히신 거잖아요, 극작가로. 연출도 하셨고.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 혼자 공상하는 걸 좋아해요. 제가 원래 전공이 작곡이었는데 그때도 작사하는 걸 엄청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좀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된 것 같아요. 좀 더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제가 첫 연극을 쓸 때가 우리 극단이 조금 자리를 잡고 난 뒤였어요. 그래서 ‘아, 글을 써봐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그때 처음으로 쓰게 됐습니다.

연기 할 때 캐릭터 분석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작가님은 작가로도,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저도 그럴 줄 알았어요. 하하 제가 요즘에 연극을 스포츠에 비유하는 걸 즐겨 하는데 비유를 해보자면 프로 스포츠에 감독이 플레이어로 뛰는 경우가 없잖아요. 감독으로서 해줘야 할 일이 있고, 배우로서 해줘야 할 일이 분명 있는데 그 중 어느 하나도 온전히 못 해내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도 있겠지만.. 그래서 저한테는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커피사진

작년 계절별로 작업하셨던 4개의 극대본을 보여주셨다.

아.. 생각지 못한 답이네요. 그러면 지금까지 작가님이 쓴 극으론 어떤 게 있을까요?

작년에 계절별 프로젝트라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작품을 썼어요. 봄에 한 작품이 <다시, 봄>이라는 극이고요. 부산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여름 작품이 <미래에 사는 남자 과거에 사는 여자>. 현재의 내가 행복하지 않아도 미래를 위해 사는 남자와 과거의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여자가 만나서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예요.

가을 작품은 <약국 식후 30분>이라고 저희가 제일 많이 올린 작품이에요. 산동네 조그만 약국을 중심으로 동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마지막 겨울 작품이 <WOULD YOU BE MY?>. 이 극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조각조각 진행되는데 결국 다 한 동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였던.. 홍연이라고 운명을 보면 붉은 실이 보인다는 그 이야기를 ‘실제 세상이 그렇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썼어요.

‘맑은보리차’라는 이름으로 와이프분과 함께 집필하신다고 들었어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어.. 처음에는 같이 안 했어요. 서로 90% 쓰면 10% 도와주는 식이었는데 작년에 <다시, 봄> 작업할 때 시간이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된 거 아싸리 처음부터 같이 써보자, 해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죽이 잘 맞더라고요. 서로의 단점을 서로가 잘 보완해 줘서 괜찮다, 어차피 앞으로도 늘 도와줄 텐데 같이 하자 해서 저작권 등록도 다 같이 해버렸어요.

무대

연극은 드라마나 영화랑은 또 다른데 연극을 쓸 때 이 둘과 차이점이나,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아, 이게 제가 얼마 전에 엄청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일단 <미래에 사는 남자 과거에 사는 여자> 처음 썼을 때 초고를 주변에 보여줬는데 너무 좋다, 만약 드라마면 나 무조건 정주행할 거야. 근데 연극은 모르겠어. 이러더라고요.

(웃음) 왜냐하면 장소가 일단 너무 많아요. 이거를 특히나 소극장에서 플레이하기엔 무리인 부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 부분들을 수정하는데 좀 힘들었어요.

그리고 또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포커싱이 잘 안 돼요. 무대는 늘 열려 있으니까 사람들이 보고 싶은 곳을 본단 말이에요. 연출적으로 지금 이 사람의 손을 봐줬으면 할 때 사실 카메라는 그걸 잡으면 되는데, 연극은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시선이 갈 수 있도록 배우가 이렇게 움직여 주는 걸로 약속을 해요.

연극이 되게 다각적으로 연출해야 하는 부분이 많네요. 카메라는 직접적인데.

맞아요. 그래서 부러울 때가 많아요.(웃음)




이해찬 작가에게 질문을 던지면 많은 고민이 묻어있는 답이 돌아왔다. 그 답에서 연극을 향한 그의 맑은 열정이 보였다. 캐릭터 분석이 막힐 때, 현실과 타협해 대본을 수정해야 할 때, 포커싱 연출이 필요할 때. 그럴 때마다 이해찬 작가는 거듭 고민해서 알맞은 답을 만들어 내며 지금까지 오지 않았을까? 덧붙여 그 맑은 열정은 대본에 웃긴 포인트를 녹일 때도 들어간 듯했다.


···
책장사진

제가 본 연극 <다시, 봄>에서 장희수 역을 하시는데 아재 개그를 많이 치는 캐릭터이더라고요. 그런데 작가님은 이 극을 쓰기도 했으니까 혹시 아재 개그 취향인가…? 궁금했어요. (웃음)

어느 정도는 맞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거든요. 하하 이게 저도 좀 장난식으로 스트레스받는 게 뭐냐면, 연습 진행할 때도 저랑 와이프랑 같이 쓴 걸 아니까 배우들이 ‘이거 형이 썼죠?’ 이래요. 하하하.

근데 좀 억울한 게 와이프가 이거 쓸 때 얘는 아재 개그 하는 캐릭터였음 좋겠다고 해서 ‘그럼 뭐 하지? 부산행 열차니까 부산행 위험행?’이라고 하니까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거예요. (웃음) 그래놓고 그거 쓰고. 해달라고 해서 했는데 왜 나한테 뭐라고 그래?

그럼 결국 쓰셨다는 얘기죠? 하하하 ‘형이 썼죠?’ 하는 그게.

네 어느 정도 맞죠. 와이프 바이브가 아니라 제 바이브에서 나오는 개그는 맞으니까. 진짜 웃긴 게 관객에 따라서 아재 개그 할 때 웃는 분들이 있어요. 그럼 내심 뿌듯. (웃음)

(웃음)정말 관객 리액션도 극의 중요한 요소인 거 같아요. 지금은 이 <다시, 봄>이란 극이 막을 내렸는데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극이 있을까요?

<미래에 사는 남자 과거에 사는 여자>를 짧게 할 수도 있는데.. 이 바닥이 말만 하고 없어지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확정적으로 결정된 건 없고요. 욕심으로는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 올리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아 새로 쓰고 있는 극이 있나요?

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히어로물을 쓰고 있어요. 근데 진짜 멋있는 게 아니라 좀 짠내 나는 그런 얘기를 하나 쓰고 있어요. ‘진짜 잘했어.’라고 누가 칭찬하면 바로 기분 좋아하는 (웃음) 약간 바보 같은데 귀엽게 볼 수 있는?

벌써 약간 그려지는 게 재밌을 것 같아요. (웃음) 그래도 극과 극 사이에 텀이 있는데 이때 시간은 어떻게 쓰나요?

작년에 특히나 그랬고 올해도 작업할 때 시간이 너무너무 없었거든요. 원래 제가 취미가 많은데 다 못했어요. 운동, 헬스, 클라이밍, 서핑.. 그런 거 엄청 좋아하는데 이제 조금씩 하고 있어요.

움직이는 걸 좋아하시네요. 연극은 보러 안 가세요? 연극 관련 일을 하셔서 다양한 연극을 보셨을 거 같거든요. 그중에 가장 만족했던 연극이 뭔지 궁금해요.

작가로서 놀라면서 봤던 건 님의 블랙 코미디를 잘하시잖아요. 그런 걸 하나도 불편하지 않고 세련되게 풀어내는 거에 너무 놀랐어요. 와이프랑 같이 봤는데 끝나고 한 3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와 이걸 어떻게 이렇게 쓰냐고...

또 하나는 이라는 극단에 <AC 4년>이라는 공연이 있어요. 애프터 코로나 4년. 그걸 보면서 연출이 진짜 천재구나... 글로 표현하는 것도 물론 있지만 연출로 해결하는 것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그냥 내가 얘기한 것과 춤추면서 얘기한 것과 느낌이 다르잖아요. 약간 그런 것들이 혼합되어 있는데 연출적으로 진짜 배울 게 많구나! 라고 느꼈던..

중간사진

혹시 본인의 인생이 연극 같다고 느꼈던 적도 있을까요?

아… 지금 생각나는 건 인생에서 제일 큰 터닝 포인트 같았던.. 제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때까지 컴퓨터 과외를 받았어요. 그 과외 해 주시는 분이랑 정말 정말 가까워졌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군대 휴가 나와서 그분을 만나고, 저희 부모님 사업장에 컴퓨터가 필요했을 때 그분이 도와주시기도 했어요.

근데 그분한테 사기를 당했어요. 제가 막 전역하고 나서 음악 하고 있을 때인데 그분이 요식업 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진짜 지방에 가서 음식도 먹으러 다녔거든요. 근데 이제 뭐라고 하셨냐면, ‘네가 진짜 치열하려면 가진 게 없어야 돼.’라고 하면서 야금야금 가져간 거죠.

어? 이 사람 이상하다,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땐 이미 그분이 돈은 너한테 다 투자해서 없다고.. 결국엔 천만 원 내고 인생 수업한 거라고 넘어간 적이 있는데 그분이 마지막까지도 그랬어요. 문자로 ‘해찬아, 난 너의 미래를 응원해.’

네? 아니 무슨.. 그런 사람이 다 있어요.

그러니까요. 그 후로 이제 인간이 아름다운 존재만은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인생이 진짜 연극이라고 한다면 작가님은 지금 막이 올랐다고 생각하나요?

인생은 장막극이라고 생각해요. 막이 여러 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번 공연이 끝나면서 또 조그만 막 하나가 내려가지 않았나… 이제 또 다른 막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청춘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푸를 청’에 ‘봄 춘’을 쓰잖아요. 나의 계절이 푸르다고 생각하면 그게 청춘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지만 어느 국가엔 여름만 있는 곳도 있고 겨울만 있는 곳도 있잖아요. 세상 어딘가에는 봄만 있는 곳도 있지 않을까 하고 이렇게 대답해야지~ 생각하고(웃음), 혹시 한자가 틀렸으면 어떡하지? 싶어서 검색을 해봤어요. 근데 ‘봄 춘’도 맞는데 ‘움직일 준’이라고도 쓰이더라고요. 처음 알았거든요. 그걸 보자마자 그냥 움직이는 게 청춘 아닐까?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면 청춘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말이 있다. 힘을 북돋아 주는 말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 자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내 삶의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해찬 작가는 주인공으로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인생이 연극이라면 그 인생이 단막극일지 장막극일지 결정하는 건 온전히 주인공의 몫. 이해찬 작가의 조그마한 막 하나가 내려간 지금, 다시 열릴 그의 다음 막을 기대한다.



Editor :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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