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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

Script, 2024-05-22

“엄마! 이렇게 갑자기 올라오시면 어떡해요.”

사람이 많이 다니는 터미널. 급하게 온 듯한 남자가 꽤 커 보이는 가방을 들고 선 엄마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내가 내 아들 집에 가는데 허락받고 가야 하니? 집으로 바로 가려다가 전화한 걸 다행으로 알아, 이것아!”
“하. 오늘 와이프 출장 가서 망정이죠…”
“와이프 있으면 뭐, 엄마 쫓아낼려고?”
“그게 아니라... 아무튼 다음부턴 꼭 미리 말하고 오세요. 그리고 알아서 잘 찾아오시더니 왜 오늘은 데리러 오래요? 이 시간에 차 엄청 막히는 거 아시면서.”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더니. 이놈아, 이 짐 봐봐라! 다 늙은 엄마가 혼자 이걸 들고 가야겠어?”
“왜 또 말이 그렇게 돼요. 주세요, 짐.”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엄마의 가방을 차에 싣고 집으로 출발했다.

“아유~ 집이 왜 이렇게 습해? 날 좋을 땐 창문 좀 열어놓지!”
“아침에 정신없어서 못 열었어요.”
“너 아침은 먹고 가니?”

엄마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냉장고 문을 벌컥 열었다.

“이거 봐. 텅텅 비었네. 뭘 먹고 사는 거야, 너네는?”
“아침 안 먹어요. 그리고 뭐가 텅텅 빈 거예요, 그게~”

엄마는 가져온 가방에서 반찬을 꺼내 냉장고에 채워 넣었다.

“어이구. 그러니까 집 비번 좀 알려주라고! 그게 뭐라고 안 알려줘? 엄마가 가끔 와서 냉장고도 채워주고, 청소도 해주면 너희도 좋지.”
“후….. 괜찮아요. 나이 서른둘 먹고 언제까지 엄마한테 기댈 순 없잖아요.”
“얘 봐라? 왜 엄마 핑계를 대.”
“무슨 엄마 핑계예ㅇ, 아 엄마!”
“아 깜짝이야! 왜?!”
“아 내가 생선은 주지 말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잖아요. 냄새 나서 안 먹는다고.”
“…야! 너도 나이 들어 봐! 좀 깜빡할 수도 있지. 그리고 내가 구워주면 잘도 처먹더니 와이프 눈치 본다고 저러는 거 봐. 아이고~ 저, 저 엄마 친구 명숙이네 아들은 돔이니 굴비니 엄마 먹으라고 갖다 바치기 바쁘다는데. 어휴.”

“왜 갑자기 또 남의 아들 얘기예요.”
“됐어, 비켜! 방에서 쉴 거야.”

남자를 지나친 엄마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엄마는 집으로 돌아갔다. 남자는 그래도 비교적 조용히 돌아간 엄마를 떠올리며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폰에 진동이 울렸다. 남자는 폰을 들고 사무실을 나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혜화 경찰서입니다. 혹시 이미옥 씨 아드님 되실까요?”
“네 저희 엄만데... 무슨 일이시죠?”
“길을 잃은 분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갔는데 거기에 어머님이 계셔서 일단 모시고 왔거든요.”
“길을 잃어요? 우리 엄마가요?”
“네. 서울에 아들이 있다는데 절대 전화하지 말라는 거를 겨우 설득해서 전화드린 거예요. 집엔 가셔야 하니까.”
“아니 근데 엄마가 길 잃을 사람이 아닌데, 이미옥 68년생 맞나요?”

“네. 길을 잃으신 것도 맞고요.
이거 치매 초기 증상인데… 혹시 모르셨어요?”


Editor : 김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