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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진 찍는다.”
다른 사람의 카메라에 내가 찍히는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너는 왜 싫어하면서 자꾸 봐”
옆에 있던 친구가 말했다.

“보려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곳에 와서 찍고 있는데 어떡해”

따뜻한 봄, 유명한 공원의 메인 거리 양쪽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끝없이 줄 서 있고, 사람은 삼삼오오 끊임없이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 공원과 달리 내가 있는 곳은 구석에 있는 동네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은 벚꽃 명소이자, 태어날 때부터 이곳에 살았던 나에겐 ‘나만의 공간’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꽃구경에 진심인 사람들은 결국 이곳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아!”

그때 누군가가 나를 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친 사람은 사과 하나 없이 그대로 유유히 사라졌다. 치인 곳은 아프고 기분은 나빴다.

“괜찮아..?”
친구가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아니. 그냥 빨리 벚꽃이 다 떨어졌으면 좋겠어. 그래서 더 이상 사람들이 여기를 찾을 이유가 없게. 내가 찍힌 사진이 퍼지는 것도 싫고, 사람들한테 치이는 것도 이제 신물이 나”

“나도 그래. 그리고 눈꼴 시리게 애정행각 하는 저 커플들도 좀 그만 보고 싶어!”

이곳을 발견하자마자 손잡고 달려왔던 연인이 서로 얼굴을 붙이고 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그러다 세계 최고의 포토그래퍼인 마냥 서로를 찍었다.

그 순간 바람이 불었다. 맞은편에 있던 친구들이 춤을 추는 것처럼 흔들렸다. 1년에 한 번 피울 수 있는 화사한 꽃을 단 채 흔들리는 친구들이 예뻤다. 그 모습을 보며 스르르 기분이 풀린 나도 함께 춤을 추며 분홍빛 바람에 꽃잎을 날리던 그때였다.

우지끈-
연인 중 한 사람이 내 몸을 꺾었다.

“여기 벚꽃 맛집이네~”
그는 신난 듯 떠들어댔다.

그리고 꺾여져 나간 내 몸의 일부를 웃으면서 제 연인의 머리에 꽂고는 또 사진을 찍어댔다. 한바탕 촬영이 끝나자 그들은 꺾어간 내 몸을 바닥에 버리고 떠났다.


나는 생각했다. 빨리 벚꽃이 다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Editor :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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