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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미용사 김우경
애견 미용사 김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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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견 미용사 김우경
  • 하고 싶은 게 특별히 없는 사람. 그것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지칭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뜩 일상 속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무언가가 나와 딱 들어맞으며, 하고 싶은 일로 찾아올 때가 있다. 김우경 애견 미용사는 그렇게 이 일을 시작했다. 이제는 강아지를 특별히 생각하고, 이해하는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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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게 특별히 없는 사람. 그것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지칭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뜩 일상 속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무언가가 나와 딱 들어맞으며, 하고 싶은 일로 찾아올 때가 있다. 김우경 애견 미용사는 그렇게 이 일을 시작했다. 이제는 강아지를 특별히 생각하고, 이해하는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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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경

Inter-view, 2023-10-13

정면에서 카페 테이블에 김우경 인터뷰이가 앉아있다. 쇄골이 보이는 넥라인의 데님 블라우스를 입고, 웃는 표정으로 시선은 약간 아래를 향해있으며 눈가와 입가엔 미소를 띄우고 있다.

"애견 미용사 김우경"

하고 싶은 게 특별히 없는 사람. 그것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지칭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전의 김우경을 포함해서. 그리고 일상 속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무언가가 나와 딱 들어맞으며, 하고 싶은 일로 찾아올 때가 있다. 김우경 애견 미용사는 그렇게 이 일을 시작했다. 이제는 강아지를 특별히 생각하고, 이해하는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애견미용사 김우경씨가 머리를 묶고, 마스크를 쓴 채로 왼손을 강아지 다리에 살포시 대고 오른손으로 부드럽게 강아지 털을 이발해주고 있다.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저는 강아지 미용을 하고, 유튜브 깅우깅 브이로그 채널을 하고 있는 김우경이라고 합니다.

강아지 미용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원래 좀 하고 싶은 게 특별히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성적 맞춰서 대학교 가고, 또 학과 맞춰서 진로 결정해서 준비하고 있었어요.

근데 막상 이걸 내가 죽을 때까지 한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막 여기가 너무 답답해져 오는 거예요. 그래서 안 되겠다, 여태 한 거를 다 잊어버리고 그냥 단순하게 좀 배우고 싶은 거, 궁금한 거를 해보자, 해서 무작정 집에서 제일 가까운 학원에 등록하러 갔었어요.

원래 그럼 전공이 뭐였어요?

국어국문학. 전혀 상관이 없는.. (웃음) 그래서 한국어 교육 쪽으로 준비해서 자격증도 땄는데 갑자기 안 되겠다, 이렇게 된 거죠.

국어국문학에서 다른 진로를 선택할 때 왜 하필 애견 미용사 자격증이었나요?

그때쯤에 주변에서 애견 미용한다는 분이 있었어요. 그걸 듣고 아 그런 게 있구나, 딱 박혔던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엔 조금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해보니 딱 맞아서 지금 시작한 지 한 4년?

김우경씨가 같은 옷차림으로 카페 테이블에 앉아 인터뷰어를 응시하며 집중하고 있다.

꽤 지났네요. 미용할 때 약 2시간 동안 강아지 한 마리를 온전히 책임지는 거잖아요. 어떤 마음으로 미용을 하나요?

이게 강아지 입장에서 보면 완전 공포 영화거든요. 가족이랑 떨어져서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밀실에 갇혀요. 자기 키의 몇 배나 되는 테이블 위에 올라가요.

(그런 상태에서) 누가 내 몸을 만지는 거예요. 그리고 물도 뿌리고 목욕도 시키고 시끄러운 소리도 나오고 완전 패닉 상태가 될 만한.. 저라면 그럴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 생각을 항상 하는 것 같아요. 얼마나 무서울까. 그 생각으로 항상 임해요.

매번 그 생각으로 잘해주려고 하는구나. 사실 강아지가 막 움직이면 미용사 입장에선 더 힘들잖아요. 근데 유튜브 보면 강아지한테 항상 ‘미안해, 빨리 끝내줄게’ 하시는 게 인상적이었거든요.

진짜 미안해요. 유튜브 하면서 영상을 계속 찍어놓잖아요. 제가 때린 건 절대 없지만 살짝만 끄는 건데도 되게 폭력적으로 보이고, 이때 좀 더 잘해줄 걸 하는 생각을 영상 보면서 되게 많이 했어요. 객관적으로 보게 되니까 강아지는 너무 작고, 제가 진짜 나쁜 사람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더 조심해야겠다, 항상 그렇게 생각해요.

검은 천 소재로 되어있고, 반으로 접혀있어 지퍼를 통해 양 쪽이 벌려지며 열리는 김우경씨의 가위 케이스 안에 총 6개의 가위가 안전하고 청결하게 보관되어 있다.

아무래도 가위나 날 같은 미용 도구들이 날카로워서 더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미용 도구를 좀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네. 이거는 일단 가위. 자주 쓰는 것만 가져왔는데 원래는 더 많이 있어요. 그리고 클리퍼. 이게 날이 길이별로 다 다르거든요. 날을 여기 끼워서 쓰는 거예요.

가위는 안 가져온 것까지 합치면 총 몇 개 정도예요?

세보진 않았는데 한 3~40개 있지 않을까요?

생각보다 더 많네요. 가위는 샵에서 제공해 주는 건가요?

다 개인 거예요. 욕심내서 좀 좋은 가위를 사려면 2~30만 원은 써야 해요. 또 쓰다 보면 상해요. 잘 안 잘려요. 제일 문제는 미용하다가 강아지가 갑자기 움직여서 확 치면 떨어져요. 그러면 완전히 망가질 때도 많아요.

3단으로 열리는, 검은색 바탕에 메탈 프레임 디테일이 들어간 철제 공구함이 열려있다. 공구함 안에는 가위 외에도 클리퍼, 빗 등 김우경씨가 사용하는 여러가지 애견 미용용품이 들어있다.

이 통에 있는 것도 설명 부탁드려요.

이거는 인데 미끄러지면 손이 아파서 제가 붙여놓은 거예요. 이거는 아기들 . 이거는 예요. 눈꼽 뗄 때.

그냥 잠깐 봐도 도구를 많이 쓰시는데, 쓰다 보면 손목, 허리, 목 다 아플 것 같거든요. 건강은 좀 어떻고, 어떻게 관리를 하고 있나요?

저는 미용 학원 다닐 때부터 조금씩 아팠어요. 하루 종일 연습하는데 익숙하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몸이 좀 편한지 모르니까 그냥 집중해서 하다 보면 힘이 더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아팠는데 아프니까 운동을 안 할 수가 없어서 필라테스도 했었고, 피티도 최근까지 하고 있어요.

하얀 원형 테이블 위에서 김우경씨가 반지를 낀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왼쪽 손목을 가리키고 있다.

애견 미용사로서 강아지와 관련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사실 강아지보다도 보호자분들이랑 생겼던 에피소드가 더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중 오래 기억에 남는 게, 제가 이직을 했는데 나중에 ‘어디로 가셨냐, 멀지 않으면 따라서 맡기고 싶다.’ 이렇게 연락이 왔어요. 그리고 그동안 감사했다고 기프티콘 보내주시고. 근데 이건 앞으로 우리가 볼 일이 없을 수도 있는데 진짜 선의로 선물해 주신 거잖아요. 그런 게 너무 감동이고 뿌듯했어요.

사실 애견 미용사가 몸도 힘들고 멘탈도 좀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미용을 마치고 깔끔해진 아이들을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시나요?

진짜 확 풀려요. 진짜 신기한 게 강아지들도 미용이 끝난 걸 다 알아요. 끝날 때쯤 되면 꼬리를 막 흔들기 시작하고 애교도 부리는데 순간 확 풀려요. 그리고 보호자님이 예쁘다고 고맙다고 해주시면 그때도 확 풀리고. 근데 잠깐 풀려요. 하하하 일 끝나고 청소할 때 갑자기 막 몰려와요. ‘아 오늘도 힘들었다.’ 이래요. (웃음)




한 생명을 온전히 맡는다는 책임감, 그건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김우경 애견 미용사는 그녀가 하는 일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 그 무게를 진 채 어떻게 하면 강아지를 더 위할 수 있을지, 또 강아지가 덜 무서워할지 고민했다. 그 고민의 끝에는 언제나 강아지가 있었고, 그 실마리도 결국 강아지에 의해 풀리는 듯했다.



혹시 지나가다가 꼬질꼬질한 강아지 보면 미용해 주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

꼬질꼬질한 애뿐만 아니라 그냥 강아지를 보면 그래요. 저기는 어떻게 미용했구나, 얘는 뒤통수 되게 잘 잘랐다, 눈 가리거나 입에 털 들어가는 거 보면 잘라주고 싶고. 그냥 이런 게 다 보이고, 항상 보게 돼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역시… 그리고 궁금한 게 강아지도 털을 이상하게 자르면 수치심을 느끼거나 슬퍼한다던데 그런가요?

이상하게 잘라서 그렇다기보단, 사람도 왜 두꺼운 옷 입으면 아늑한 느낌이 들잖아요. 특히나 강아지는 몸을 보호해 주는 게 털인데 그게 갑자기 짧아지면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조금 불안한 걸 느낄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렇군요. 근데 우경 님 유튜브 보면 거의 다 짧게 자르시더라고요.

맞아요. 아무래도 미용 기간을 좀 늘리기 위해서 보호자분들이 짧은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워낙 금방 자라고 눈도 금방 가리고 하니까.. 더울 땐 더 그래요. 그리고 털을 좀 길게 남기는 미용일수록 손이 많이 가고 가격이 많이 비싸져요.

동일한 옷차림의 김우경씨가 열정적인 표정으로 인터뷰어를 응시한 채로 두 손으로 제스처를 취하며 내용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아 오히려 털을 길게 남기는 게요?

네. 그냥 밀면 거의 한 번에 끝나는데, 가위 컷은 가위로 다 다듬어야 하니까 길게 남길수록 손이 많이 가서 가위 컷이 제일 비싸요.

저는 처음 알게 된 부분인데요. 이런 미용비 부담 때문에, 또는 미용하면서 강아지가 받는 스트레스를 좀 덜어주기 위해 셀프 미용을 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팁을 주신다면?

저 진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었는데, 만약 발바닥 털을 밀고 싶어요. 처음엔 아기가 막 난리치고 피할 수 있는데 그럴 때 마음이 약해서 그냥 놔줘요. 그러면 얘는 이걸 학습해요. 내가 이렇게 움직이면 놔주네? 미용실 가서도 똑같이 해요.

더 힘들어지겠네요.

네. 그래서 마음이 아프더라도 일단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아기가 움직여도 소용없다는 걸 깨닫게 교육을 해주셔야 해요. 가만히 있으면 먹이를 준다든지. 왜냐하면 움직이는 아이는 무는 아이만큼이나 미용하기가 힘들어요.

그렇죠. 위험하기도 하고. 그리고 아무래도 털이랑 뗴려야 뗄 수가 없는 직업이잖아요. 털이 어느 정도로 붙나요?

그냥 뒤집어쓰는 거예요. 특히 털갈이하는 아이들 드라이하면 제가 아무리 빗질을 많이 한다고 해도 계속 나와요. 진짜 상상 이상으로. 미용 다 끝나고 벽을 쓱- 하면 털이 이렇게 나와요. 그러니까 제 몸도 그럴 거 아니에요. 옷 사이사이 다 들어가고 박힐 때도 있고.

집에 가서 세수를 해도 뭔가 속눈썹에 계속 남아 있는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속눈썹을 자꾸 뜯는 버릇이 생겨서 예전에 속눈썹 연장하러 갔더니 해주시는 분이 왜 이렇게 속눈썹이 없냐고, 저한테. 계속 털이 있는 느낌이 있어요. 근데 진짜 있어서 그래요. 그리고 저는 항상 커피를 두고 일을 하는데 마시려고 하면 빨대에 털이 있어요. 전 그냥 후 불고 먹는데 그런 게 좀 예민하면 일하기 많이 힘들어요.

언젠가 실제로 드신 적도 있지 않을까..

많이 먹었을 거예요. 하하하

검은 트레이 위에 음료 두 잔이 있다. 투명하게 하얀 소다가 담긴 잔에는 'Delicious coffee makes me happy'라고 적혀있다. 우측 하단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웃포커싱되어있다.

강아지 이름을 보면 귀엽고 독특한 이름이 정말 많잖아요. 사람 이름으로 붙이거나. 만났던 아이 중에 기억에 남는 이름이 있을까요?

아 그럴 때 좀 민망해요. 너무 사람 같아서.. 그리고 ‘언년이’도 있었고 하하하.

언년이요??

네. 언년이라고 부르기가 좀 그렇고. 저는 처음에 욕 같아서 이래도 되나 했는데 욕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 아이는 무슨 종이었어요?

언년이 그냥 몰티즈였던 것 같아요.

하하하. 전혀 매치가 안 되네요. 이렇게 애견 미용 일을 하면서 많은 강아지를 만나보셨을 건데, 어떤 아이들이 마음에 남는지 궁금해요.

싫은 거를 좀 표현하는 애들이 있어요. 순간 낑 소리를 낸다거나, 제가 잘못 들어서 다리가 아플 수 있잖아요. 아니면 무는 걸로 표현할 수도 있고. 근데 그런 표현을 안 하고 그냥 참는 애들이 있어요. 조용히. 그런 걸 뒤늦게 알았을 때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조용한 애들이 더 마음이 가요. 미안해서.

그렇다면 만약 미용 받은 강아지들이 사람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가장 듣고 싶으세요?

저는 그냥 어디가 불편하다, 어디는 좀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게 다 똑같나 봐요. 강아지 키우는 분들도 어디가 아픈지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잖아요.

맞아요. 그 마음이에요. 말을 안 하니까.. 애견 미용사는 그래서 항상 알아서 배려하고 알아서 뭐가 더 나을지 생각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좀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김우경씨가 손바닥 정도 크기의 네모난 정방형의 흰 종이가 양쪽으로 제본되어있는 아이띵소의 레코드 북 위에 청춘에 대한 생각을 분홍색의 다색 볼펜으로 적고 있는 모습이 클로즈업되어있다.

마지막으로 우경 님에게 청춘이란 무엇인가요?

청춘이란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것. 일단 몸을 쓰는 직업이니까 진짜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항상 느끼고, 내가 의욕은 앞서는데 몸이 안 따라주면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 근데 또 막상 몸이 건강한데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고 무기력하면 그것도 못하는 상태잖아요. 뭔가 자동차인데 연료 없는 자동차 느낌? 그래서 둘 다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청춘인 것 같고. 나이는 진짜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귀여운 게 최고!’라고 외치지만, 세상은 귀여운 게 다가 아니다. 강아지가 귀엽다는 이유 하나로 입질과 긁힘, 털날림 그리고 손목터널증후군 같은 직업병까지 견디기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김우경 애견 미용사를 버티게 하는 건 무엇일까. 그건 아마 귀여움을 넘어 강아지를 하나의 생명으로 생각하고, 존중하며 또 사랑하는 마음이었음을 인터뷰를 통해 알아챘다. 그녀가 오랫동안 강아지를 사랑하며 나아갈 수 있도록 몸도 마음도 건강하길, 오랫동안 청춘을 지켜나가길 바란다.



Editor : 김수미





김우경

Inter-view, 2023-10-13

정면에서 카페 테이블에 김우경 인터뷰이가 앉아있다. 쇄골이 보이는 넥라인의 데님 블라우스를 입고, 웃는 표정으로 시선은 약간 아래를 향해있으며 눈가와 입가엔 미소를 띄우고 있다.

"애견 미용사 김우경"

하고 싶은 게 특별히 없는 사람. 그것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지칭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전의 김우경을 포함해서. 그리고 일상 속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무언가가 나와 딱 들어맞으며, 하고 싶은 일로 찾아올 때가 있다. 김우경 애견 미용사는 그렇게 이 일을 시작했다. 이제는 강아지를 특별히 생각하고, 이해하는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애견미용사 김우경씨가 머리를 묶고, 마스크를 쓴 채로 왼손을 강아지 다리에 살포시 대고 오른손으로 부드럽게 강아지 털을 이발해주고 있다.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저는 강아지 미용을 하고, 유튜브 깅우깅 브이로그 채널을 하고 있는 김우경이라고 합니다.

강아지 미용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원래 좀 하고 싶은 게 특별히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성적 맞춰서 대학교 가고, 또 학과 맞춰서 진로 결정해서 준비하고 있었어요.

근데 막상 이걸 내가 죽을 때까지 한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막 여기가 너무 답답해져 오는 거예요. 그래서 안 되겠다, 여태 한 거를 다 잊어버리고 그냥 단순하게 좀 배우고 싶은 거, 궁금한 거를 해보자, 해서 무작정 집에서 제일 가까운 학원에 등록하러 갔었어요.

원래 그럼 전공이 뭐였어요?

국어국문학. 전혀 상관이 없는.. (웃음) 그래서 한국어 교육 쪽으로 준비해서 자격증도 땄는데 갑자기 안 되겠다, 이렇게 된 거죠.

국어국문학에서 다른 진로를 선택할 때 왜 하필 애견 미용사 자격증이었나요?

그때쯤에 주변에서 애견 미용한다는 분이 있었어요. 그걸 듣고 아 그런 게 있구나, 딱 박혔던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엔 조금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해보니 딱 맞아서 지금 시작한 지 한 4년?

김우경씨가 같은 옷차림으로 카페 테이블에 앉아 인터뷰어를 응시하며 집중하고 있다.

꽤 지났네요. 미용할 때 약 2시간 동안 강아지 한 마리를 온전히 책임지는 거잖아요. 어떤 마음으로 미용을 하나요?

이게 강아지 입장에서 보면 완전 공포 영화거든요. 가족이랑 떨어져서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밀실에 갇혀요. 자기 키의 몇 배나 되는 테이블 위에 올라가요.

(그런 상태에서) 누가 내 몸을 만지는 거예요. 그리고 물도 뿌리고 목욕도 시키고 시끄러운 소리도 나오고 완전 패닉 상태가 될 만한.. 저라면 그럴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 생각을 항상 하는 것 같아요. 얼마나 무서울까. 그 생각으로 항상 임해요.

매번 그 생각으로 잘해주려고 하는구나. 사실 강아지가 막 움직이면 미용사 입장에선 더 힘들잖아요. 근데 유튜브 보면 강아지한테 항상 ‘미안해, 빨리 끝내줄게’ 하시는 게 인상적이었거든요.

진짜 미안해요. 유튜브 하면서 영상을 계속 찍어놓잖아요. 제가 때린 건 절대 없지만 살짝만 끄는 건데도 되게 폭력적으로 보이고, 이때 좀 더 잘해줄 걸 하는 생각을 영상 보면서 되게 많이 했어요. 객관적으로 보게 되니까 강아지는 너무 작고, 제가 진짜 나쁜 사람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더 조심해야겠다, 항상 그렇게 생각해요.

검은 천 소재로 되어있고, 반으로 접혀있어 지퍼를 통해 양 쪽이 벌려지며 열리는 김우경씨의 가위 케이스 안에 총 6개의 가위가 안전하고 청결하게 보관되어 있다.

아무래도 가위나 날 같은 미용 도구들이 날카로워서 더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미용 도구를 좀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네. 이거는 일단 가위. 자주 쓰는 것만 가져왔는데 원래는 더 많이 있어요. 그리고 클리퍼. 이게 날이 길이별로 다 다르거든요. 날을 여기 끼워서 쓰는 거예요.

가위는 안 가져온 것까지 합치면 총 몇 개 정도예요?

세보진 않았는데 한 3~40개 있지 않을까요?

생각보다 더 많네요. 가위는 샵에서 제공해 주는 건가요?

다 개인 거예요. 욕심내서 좀 좋은 가위를 사려면 2~30만 원은 써야 해요. 또 쓰다 보면 상해요. 잘 안 잘려요. 제일 문제는 미용하다가 강아지가 갑자기 움직여서 확 치면 떨어져요. 그러면 완전히 망가질 때도 많아요.

3단으로 열리는, 검은색 바탕에 메탈 프레임 디테일이 들어간 철제 공구함이 열려있다. 공구함 안에는 가위 외에도 클리퍼, 빗 등 김우경씨가 사용하는 여러가지 애견 미용용품이 들어있다.

이 통에 있는 것도 설명 부탁드려요.

이거는 인데 미끄러지면 손이 아파서 제가 붙여놓은 거예요. 이거는 아기들 . 이거는 예요. 눈꼽 뗄 때.

그냥 잠깐 봐도 도구를 많이 쓰시는데, 쓰다 보면 손목, 허리, 목 다 아플 것 같거든요. 건강은 좀 어떻고, 어떻게 관리를 하고 있나요?

저는 미용 학원 다닐 때부터 조금씩 아팠어요. 하루 종일 연습하는데 익숙하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몸이 좀 편한지 모르니까 그냥 집중해서 하다 보면 힘이 더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아팠는데 아프니까 운동을 안 할 수가 없어서 필라테스도 했었고, 피티도 최근까지 하고 있어요.

하얀 원형 테이블 위에서 김우경씨가 반지를 낀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왼쪽 손목을 가리키고 있다.

애견 미용사로서 강아지와 관련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사실 강아지보다도 보호자분들이랑 생겼던 에피소드가 더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중 오래 기억에 남는 게, 제가 이직을 했는데 나중에 ‘어디로 가셨냐, 멀지 않으면 따라서 맡기고 싶다.’ 이렇게 연락이 왔어요. 그리고 그동안 감사했다고 기프티콘 보내주시고. 근데 이건 앞으로 우리가 볼 일이 없을 수도 있는데 진짜 선의로 선물해 주신 거잖아요. 그런 게 너무 감동이고 뿌듯했어요.

사실 애견 미용사가 몸도 힘들고 멘탈도 좀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미용을 마치고 깔끔해진 아이들을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시나요?

진짜 확 풀려요. 진짜 신기한 게 강아지들도 미용이 끝난 걸 다 알아요. 끝날 때쯤 되면 꼬리를 막 흔들기 시작하고 애교도 부리는데 순간 확 풀려요. 그리고 보호자님이 예쁘다고 고맙다고 해주시면 그때도 확 풀리고. 근데 잠깐 풀려요. 하하하 일 끝나고 청소할 때 갑자기 막 몰려와요. ‘아 오늘도 힘들었다.’ 이래요. (웃음)




한 생명을 온전히 맡는다는 책임감, 그건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김우경 애견 미용사는 그녀가 하는 일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 그 무게를 진 채 어떻게 하면 강아지를 더 위할 수 있을지, 또 강아지가 덜 무서워할지 고민했다. 그 고민의 끝에는 언제나 강아지가 있었고, 그 실마리도 결국 강아지에 의해 풀리는 듯했다.



혹시 지나가다가 꼬질꼬질한 강아지 보면 미용해 주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

꼬질꼬질한 애뿐만 아니라 그냥 강아지를 보면 그래요. 저기는 어떻게 미용했구나, 얘는 뒤통수 되게 잘 잘랐다, 눈 가리거나 입에 털 들어가는 거 보면 잘라주고 싶고. 그냥 이런 게 다 보이고, 항상 보게 돼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역시… 그리고 궁금한 게 강아지도 털을 이상하게 자르면 수치심을 느끼거나 슬퍼한다던데 그런가요?

이상하게 잘라서 그렇다기보단, 사람도 왜 두꺼운 옷 입으면 아늑한 느낌이 들잖아요. 특히나 강아지는 몸을 보호해 주는 게 털인데 그게 갑자기 짧아지면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조금 불안한 걸 느낄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렇군요. 근데 우경 님 유튜브 보면 거의 다 짧게 자르시더라고요.

맞아요. 아무래도 미용 기간을 좀 늘리기 위해서 보호자분들이 짧은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워낙 금방 자라고 눈도 금방 가리고 하니까.. 더울 땐 더 그래요. 그리고 털을 좀 길게 남기는 미용일수록 손이 많이 가고 가격이 많이 비싸져요.

동일한 옷차림의 김우경씨가 열정적인 표정으로 인터뷰어를 응시한 채로 두 손으로 제스처를 취하며 내용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아 오히려 털을 길게 남기는 게요?

네. 그냥 밀면 거의 한 번에 끝나는데, 가위 컷은 가위로 다 다듬어야 하니까 길게 남길수록 손이 많이 가서 가위 컷이 제일 비싸요.

저는 처음 알게 된 부분인데요. 이런 미용비 부담 때문에, 또는 미용하면서 강아지가 받는 스트레스를 좀 덜어주기 위해 셀프 미용을 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팁을 주신다면?

저 진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었는데, 만약 발바닥 털을 밀고 싶어요. 처음엔 아기가 막 난리치고 피할 수 있는데 그럴 때 마음이 약해서 그냥 놔줘요. 그러면 얘는 이걸 학습해요. 내가 이렇게 움직이면 놔주네? 미용실 가서도 똑같이 해요.

더 힘들어지겠네요.

네. 그래서 마음이 아프더라도 일단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아기가 움직여도 소용없다는 걸 깨닫게 교육을 해주셔야 해요. 가만히 있으면 먹이를 준다든지. 왜냐하면 움직이는 아이는 무는 아이만큼이나 미용하기가 힘들어요.

그렇죠. 위험하기도 하고. 그리고 아무래도 털이랑 뗴려야 뗄 수가 없는 직업이잖아요. 털이 어느 정도로 붙나요?

그냥 뒤집어쓰는 거예요. 특히 털갈이하는 아이들 드라이하면 제가 아무리 빗질을 많이 한다고 해도 계속 나와요. 진짜 상상 이상으로. 미용 다 끝나고 벽을 쓱- 하면 털이 이렇게 나와요. 그러니까 제 몸도 그럴 거 아니에요. 옷 사이사이 다 들어가고 박힐 때도 있고.

집에 가서 세수를 해도 뭔가 속눈썹에 계속 남아 있는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속눈썹을 자꾸 뜯는 버릇이 생겨서 예전에 속눈썹 연장하러 갔더니 해주시는 분이 왜 이렇게 속눈썹이 없냐고, 저한테. 계속 털이 있는 느낌이 있어요. 근데 진짜 있어서 그래요. 그리고 저는 항상 커피를 두고 일을 하는데 마시려고 하면 빨대에 털이 있어요. 전 그냥 후 불고 먹는데 그런 게 좀 예민하면 일하기 많이 힘들어요.

언젠가 실제로 드신 적도 있지 않을까..

많이 먹었을 거예요. 하하하

검은 트레이 위에 음료 두 잔이 있다. 투명하게 하얀 소다가 담긴 잔에는 'Delicious coffee makes me happy'라고 적혀있다. 우측 하단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웃포커싱되어있다.

강아지 이름을 보면 귀엽고 독특한 이름이 정말 많잖아요. 사람 이름으로 붙이거나. 만났던 아이 중에 기억에 남는 이름이 있을까요?

아 그럴 때 좀 민망해요. 너무 사람 같아서.. 그리고 ‘언년이’도 있었고 하하하.

언년이요??

네. 언년이라고 부르기가 좀 그렇고. 저는 처음에 욕 같아서 이래도 되나 했는데 욕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 아이는 무슨 종이었어요?

언년이 그냥 몰티즈였던 것 같아요.

하하하. 전혀 매치가 안 되네요. 이렇게 애견 미용 일을 하면서 많은 강아지를 만나보셨을 건데, 어떤 아이들이 마음에 남는지 궁금해요.

싫은 거를 좀 표현하는 애들이 있어요. 순간 낑 소리를 낸다거나, 제가 잘못 들어서 다리가 아플 수 있잖아요. 아니면 무는 걸로 표현할 수도 있고. 근데 그런 표현을 안 하고 그냥 참는 애들이 있어요. 조용히. 그런 걸 뒤늦게 알았을 때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조용한 애들이 더 마음이 가요. 미안해서.

그렇다면 만약 미용 받은 강아지들이 사람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가장 듣고 싶으세요?

저는 그냥 어디가 불편하다, 어디는 좀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게 다 똑같나 봐요. 강아지 키우는 분들도 어디가 아픈지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잖아요.

맞아요. 그 마음이에요. 말을 안 하니까.. 애견 미용사는 그래서 항상 알아서 배려하고 알아서 뭐가 더 나을지 생각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좀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김우경씨가 손바닥 정도 크기의 네모난 정방형의 흰 종이가 양쪽으로 제본되어있는 아이띵소의 레코드 북 위에 청춘에 대한 생각을 분홍색의 다색 볼펜으로 적고 있는 모습이 클로즈업되어있다.

마지막으로 우경 님에게 청춘이란 무엇인가요?

청춘이란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것. 일단 몸을 쓰는 직업이니까 진짜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항상 느끼고, 내가 의욕은 앞서는데 몸이 안 따라주면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 근데 또 막상 몸이 건강한데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고 무기력하면 그것도 못하는 상태잖아요. 뭔가 자동차인데 연료 없는 자동차 느낌? 그래서 둘 다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청춘인 것 같고. 나이는 진짜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귀여운 게 최고!’라고 외치지만, 세상은 귀여운 게 다가 아니다. 강아지가 귀엽다는 이유 하나로 입질과 긁힘, 털날림 그리고 손목터널증후군 같은 직업병까지 견디기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김우경 애견 미용사를 버티게 하는 건 무엇일까. 그건 아마 귀여움을 넘어 강아지를 하나의 생명으로 생각하고, 존중하며 또 사랑하는 마음이었음을 인터뷰를 통해 알아챘다. 그녀가 오랫동안 강아지를 사랑하며 나아갈 수 있도록 몸도 마음도 건강하길, 오랫동안 청춘을 지켜나가길 바란다.



Editor :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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